저작자: 강기봉 freekgb@gmail.com
'계단에서 뭐하는거지?'라는 작품(웹툰 만화가 주호민씨의 작품)과 관련하여 저작권 침해 논란 끝에 9월 12일에 주호민씨의 인스타그램 사과로 이어졌습니다. 이 작품은 2021년 5월 부친 주재환(81)씨와 함께 연 2인전인 ‘호민과 재환’ 전시회에 출품한 7m짜리 대형 그림입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군인 캐릭터의 군복 무늬에 인터넷에서 다운로드한 '위장무늬 패턴'이 이용되었는데, 이것에 워터마크가 적용되어 있었고 이것이 위 작품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었습니다.
※ 워터마크는 저작권 정보를 표시하기 위한 이미지, 전자정보 등을 말합니다. 최근에는 디지털 워터마크가 텍스트, 이미지, 비디오, 오디오 등의 디지털 형태의 저작물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위장무늬 패턴에는 이미지 형태의 워터마크가 적용되었습니다.
주호민 작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용된 이미지에 워터마크가 박혀있는지 몰랐습니다. 전시 시작 직후 관객분께서 알려주셔서 뒤늦게 구입하였습니다. 알게 된 후로는 그것만 보이더군요. 두 가지의 잘못이 있었습니다. 제대로 확인을 안하고 사용한 것, 그래서 7미터짜리 그림을 그 상태로 전시하게 된 것.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잘 확인하겠습니다"라고 사과하였습니다(디지털뉴스부, "[전문] 주호민, 위장무늬 패턴 '무단사용' 논란 사과", 2021.09.12. 자 https://www.mbn.co.kr/news/culture/4595169에서 재인용).
※ 이미지 인용: '계단에서 뭐하는거지?' 일부와 군복 무늬/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정상혁 기자, 저작권 지키자던 만화가 주호민, 저작권 문제로 사과, 조선일보, 2021.09.12. 자 재인용,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1/09/12/KX62VXAE6ZEY5PURRO5DUHFABI/?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이 사건은 주호민씨가 작품을 정식으로 구매(저작권자와 사후에 관련 사실에 대해 논의를 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를 하면서 일단락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건의 저작권법 관련 사안들을 아래와 같이 정리하여 보았습니다. 개인적인 법적 해석이므로 주호민 작가님의 생각이나 판단과는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밝힙니다.
□ 위장무늬 패턴의 저작물성
대법원은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을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로 규정하여 창작성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서 창작성은 완전한 의미의 독창성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창작성이 인정되려면 적어도 어떠한 작품이 단순히 남의 것을 모방한 것이어서는 아니 되고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어야 한다(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9도9601 판결; 대법원 2021. 6. 24. 선고 2017다261981 판결)"고 판결한 바 있었습니다.
위장무늬 패턴은 단순해 보이지만 사상이나 감정에 대한 창작자 자신의 독자적인 표현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저작물로 성립할 수 있습니다.
※ 참고 : 2021.09.09 [영상] 토끼 상표를 베끼니 저작권도? - 캐릭터 상표 및 저작물 -
2021.08.28 다가구주택의 설계도도 저작물
□ 위장무늬 패턴이 디자인 등록된 경우
위장무늬 패턴이 특허청에 디자인으로 등록된 것일 수도 있습니다.
대법원은 제2조 제15호에 규정된 '응용미술저작물'의 정의(물품에 동일한 형상으로 복제될 수 있는 미술저작물로서 그 이용된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을 말하며, 디자인 등을 포함한다)에 대해, "제4조 제1항 제4호에서 응용미술저작물 등을 저작물로 예시함으로써 응용미술저작물의 정의를 규정하고 응용미술저작물이 저작권의 보호대상임을 명백히 하고 있다."고 하면서 "그 이용된 물품(이 사건의 경우에는 넥타이)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이라면 ...... 응용미술저작물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판결하였습니다.
따라서 위장무늬 패턴이 디자인으로 등록되었다고 하더라도 물품과 구분되어 독자성을 인정할 수 있는 것으로 응용미술저작물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 침해의 고의 여부
지적재산에 관한 법률은 모두 민사소송에 의한 손해배상의 요건으로 침해자의 고의 또는 과실을 요하고, 형사소송에 의한 처벌의 요건으로 침해자의 고의를 요합니다.
일반적으로 법률상 고의의 의미는 침해에 대한 인식을 말합니다. 즉, 해당 사실을 알았다면 고의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고의가 아닙니다. 그리고 고의에는 확정적인 경우 외에 미필적 고의(결과 발생에 대해 불확정적이지만 그 결과 발생이 있더라도 용인하겠다는 인식이나 의사가 있는 경우)도 포함됩니다. 이렇게 침해에 대한 인식이 없었다면 고의가 없는 경우로 선의라고 합니다. 그래서 피해를 입히고자 하는 의도(즉, 해악의 의도)가 없었다고 해도 고의는 인정될 수 있습니다.
저작권법과 관련하여 우리 대법원은 “저작권법상의 저작재산권의 침해죄에 있어서의 고의의 내용은 저작재산권을 침해하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 있으면 충분하고, 그 인식은 확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이른바 미필적 고의로 인정(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도6403 판결, 대법원 2008. 10. 9. 선고 2006도4334 판결 등)”된다고 판결했습니다.
따라서 주호민 작가의 행위는 최소한 미필적 고의로 고의에 해당하며 민형사상의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참고 : 2018.11.03 저작권 침해죄에서의 고의의 의미
□ 침해의 성립 여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려면 기존 저작물에 대한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는 주호민 작가가 무단으로 다운로드하여 그의 작품에 이용했다는 사실을 밝힘에 의해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이 모두 인정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 참고 : 2018.09.23 저작권 침해 판단
□ 저작권에 관한 사전 확인의 중요성
저작물로 인식되는 그림, 이미지, 글, 음원 등은 이용하기 전에 저작권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물론, 저작재산권이 제한되는 경우, 실제로는 저작물이 아닌데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지만 저작권자가 저작권을 행사하지 않는 경우 등 다양한 상황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이런 판단은 전문가들도 쉽지 않은 영역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것이 저작물인지 여부가 대법원까지 진행이 되어야 확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서 기술한 바와 같이 저작물이 성립하기 위한 창작성이 기준이 낮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용하려는 대상이 확실하게 저작물성이 없는 것, 만료 저작물, 저작권을 포기한 저작물 등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면, 안전을 위해 저작권자에게 저작권 유무를 확인하거나 유상 또는 무상의 이용허락을 받고 이것을 이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정당한 인용과 같이 저작재산권이 제한될 수 있는 경우라면, 저작권자의 이용허락이 없더라도 출처를 밝히고 이것의 이용이 가능합니다.
한편, 이 사건에서 주호민씨가 타인의 작품을 사전 확인 없이 무단으로 이용했다는 점이 크게 부각되었는데, 위장무늬 패턴의 이용이 실제로 저작권 침해로 성립하는 지와 별개로 윤리적인 부분이 문제가 된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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