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자 : 강기봉 freekgb@gmail.com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고 정의합니다. 그리고 이 정의에는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정의합니다. 즉, 저작권법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표현'을 저작물로 보호(아이디어·표현 이분법, idea-expression dichotomy)합니다.
※ 관련 글 : 2022.02.16 저작물의 개념, 문화 발전을 위해 아이디어는 보호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소설 등에서 추상적인 인물의 유형 혹은 어떤 주제를 다루는 데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사건이나 배경 등"은 아이디어에 해당하므로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결하여 왔습니다(대법원 2000. 10. 24. 선고 99다10813 판결;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4다14375 판결).
□ 대법원 판결의 법리
(대법원 2000. 10. 24. 선고 99다10813 판결;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4다14375 판결)
저작권의 보호 대상은 학문과 예술에 관하여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사상 또는 감정을 말, 문자, 음, 색 등에 의하여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형식이고, 표현되어 있는 내용 즉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그것이 독창성, 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므로, 저작권의 침해 여부를 가리기 위하여 두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는가의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도 창작적인 표현형식에 해당하는 것만을 가지고 대비하여야 할 것이며, 소설 등에 있어서 추상적인 인물의 유형 혹은 어떤 주제를 다루는 데 있어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사건이나 배경 등은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들로서 저작권법에 의한 보호를 받을 수 없다.
□ 사례 1 : 대법원 2000. 10. 24. 선고 99다10813 판결
피고측의 드라마 '까레이스키'의 제작을 위해 소외 1이 쓴 1차 시놉시스는 원고의 소설 '텐산산맥'이 출간되기 전에 완성되었으므로 의거관계가 처음부터 성립될 여지가 없으나, 소외 2 등이 그 2차 시놉시스를 완성한 뒤 방송대본을 집필하고 실제 '까레이스키'가 제작될 시점에는 피고측의 연출가 소외 3이 적어도 소설 '텐산산맥'의 존재를 이미 알고 있었다 할 것이어서 드라마 '까레이스키'는 소설 '텐산산맥'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여 저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또한 두 작품 모두 일제치하에 연해주로 이주한 한인들의 삶이라는 공통된 배경과 사실을 소재로 주인공들의 일제 식민지로부터 탈출, 연해주 정착, 1937년 스탈린에 의한 한인들의 중앙아시아로 강제이주라는 공통된 전개방식을 통해 제정 러시아의 붕괴, 볼셰비키 혁명(1917년), 적백내전, 소련공산정권의 수립, 스탈린의 공포정치 등 러시아의 변혁 과정에서 연해주와 중앙아시아에 사는 한인들이 어떠한 대우를 받았고 어떻게 적응하며 살아왔는지 그 실상을 파헤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 면은 있지만, 이는 공통의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하고 있는 데서 오는 결과일 뿐이고,
양자의 실질적 동일성 내지 종속성에 관하여 살펴볼 때 소설 '텐산산맥'은 이야기의 구성이 단조롭고 등장인물의 발굴과 성격도 비교적 단순한 데 반하여, 드라마 '까레이스키'는 등장인물의 수나 성격이 훨씬 다양하고 사건의 전개방식도 더 복잡하며 이야기의 구성이나 인물의 심리묘사 등도 보다 치밀하고, 극 전체의 완성도, 분위기 및 기법 등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점, 드라마 '까레이스키'의 등장인물의 설정과 성격, 이야기의 구성, 사건의 전개방식 등에 있어 상규의 연해주 탈출, 항일운동, 기순과의 결혼, 시베리아 유배, 강제수용소 탈출, 남영의 공산당 여성간부로서의 활동, 상규 2세의 뒷바라지, 기철의 공산당 간부로서의 활약, 기순의 고리대금업, 정신 이상 등의 기본적인 줄거리는 원고의 소설 출간 이전에 작성된 소외 1의 1차 시놉시스 및 방송대본과 크게 다른 점이 없는 점, '까레이스키'라는 드라마의 제목이나, 양 저작물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남자 주인공의 모습, 남녀 한 쌍의 주인공이 눈 속에서 헤매는 모습, 송월선생과 성암선생, 여자 주인공의 직업과 러시아 의사와의 관계 설정, 1937년 강제이주의 상황묘사, 연해주 망명과 유격대 독립운동사 등에 관하여도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거나 원고의 소설 출간 이전부터 예정된 줄거리라는 점 등 전체적으로 볼 때 드라마 '까레이스키'는 원고의 소설과는 완연히 그 예술성과 창작성을 달리 하는 별개의 작품이라 할 수 있고 양자가 실질적으로 동일하다거나 종속적인 관계에 있음을 인정하기 어려워 드라마 '까레이스키'가 소설 '텐산산맥'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 사레 2 : 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4다14375 판결
이 사건 서적 중 김대성 설화에 나오는 곰을 백제 유민으로 해석하고, 김대성이 반란을 일으킨 백제 유민을 죽인 후 죄책감에 시달리면서 곰이 나오는 꿈을 꾸게 되고 백제 유민을 죽인 것을 참회하면서 그 원혼을 달래기 위하여 석굴암을 창건하였으며, 깨진 천개석은 대립하는 삼국의 모습을 의미한다는 서술, 토함산 근처에 축성공사에 동원된 백제 유민의 거류지가 있을지 모른다는 서술, 퇴임한 김대성이 왕실 및 조정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토함산에 은둔하다시피 사찰 건립에만 매진하였다는 서술, 김대성이 서역을 다녀온 자로부터 돔형 지붕에 관한 지식을 얻어 돔형 지붕을 설계하게 된다는 서술 등은 역사적 사실과 설화에 대한 새로운 해석으로서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고,
이 사건 서적 중 위 서술 부분의 표현과 이 사건 소설 중 그에 대응하는 부분의 표현은 주어와 술어의 선택, 문장의 완결성 및 구체적인 내용이 서로 달라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이 사건 서적 중 석굴암이 건립되던 8세기 중엽의 신라의 정치 상황에 대한 서술은 역사적인 사실을 나열한 것이고, 동틀돌에 관한 표현은 동틀돌의 모습을 통해 추론되는 설계 및 기능을 설명한 것이며, 화쟁에 관한 표현은 화쟁사상을 설명한 것에 불과하여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조각상에 관한 표현은 조각상의 특성, 외관을 단순히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이거나 일반적이고 통상적인 표현의 범주를 벗어날 정도의 묘사라고 보기 어려워 창작성을 인정하기 어려운 점, 이 사건 서적은 석굴암 건축의 역사적 배경 및 이념을 고찰하고 그와 연결하여 석굴암의 미학을 설명하기 위한 학술적, 예술적 저작물로서 그 주제는 석굴암의 이념과 아름다움이고 석굴암의 창건 동기 등에 관한 서술은 보조적 주제에 불과하지만, 이 사건 소설의 주제는 김대성이 삼국 통일 과정에서 야기된 혼란과 반목을 종교의 힘으로 극복한다는 것이어서 그 장르와 주체, 전체적인 구성이 같거나 유사하다고 할 수 없는 점, 이 사건 서적과 이 사건 소설은 삼국시대라는 역사적 배경과 김대성 설화 및 석굴암이라는 소재가 공통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므로, 그에 관계되는 단어나 구성에 공통되는 부분이 생기는 것은 부득이한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사정들을 고려하여 볼 때, 이 사건 소설이 이 사건 서적에 대한 복제권, 2차적저작물 작성권 등 원고의 저작권을 침해하였다고 인정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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