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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자: 강기봉 freekgb@gmail.com

 

※ 지난 2019년 9월에 서강학보에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의한 창작물은 저작물일까?"라는 주제로 기고한 바 있었습니다. 해당 글을 지난 2021년 7월 30일(호주 시간)의 호주 판결을 반영하는 등 약간의 수정을 하여 게재합니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프로그램은 컴퓨터게임, 가전제품, 마케팅 시스템, 의료 시스템, 산업용 로봇,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그만큼 인공지능은 우리에게 밀접하고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다만, 인공지능은 일반적으로 약한 인공지능, 강한 인공지능 및 초인공지능으로 분류되고 현재 활용되고 있는 것은 대체로 약한 인공지능에 해당한다. 그리고 머신러닝, 특히 딥마인드 기술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3월에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에서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가 대국하면서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대단히 높아졌다. 한편, 영화 <채피>에서 로봇 채피는 고도의 인공지능이 탑재되어 스스로 생각하고 느끼면서 성장이 가능하고, 영화 <엑스 마키나>에서 로봇은 고도의 인공지능뿐만 아니라 인간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의 인간 신체를 구현하여 인간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로 부각되었으며, 영화 <빅히어로>에서 힐링로봇 베이맥스는 인간의 조력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인공지능의 모습들은 인간에게 인공지능 기술이 구현된 미래 세계에 대한 관심과 함께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도 촉발했다.


또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의한 창작물은 세간에 놀라움을 주기도 했다. 구글의 ‘딥 드림(Deep Dream)’은 반 고흐의 화풍을 학습해 제시된 이미지를 고흐의 그림과 비슷하게 변형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고, '넥스트 렘브란트(Next Rembrandt)' 프로젝트는 렘브란트의 그림을 재현했다. 그리고 ‘데이비드 코프(David Cope)’의 ‘에밀리 하웰(Emily Howell)’이 작곡한 오케스트라 곡들을 수록한 '프롬 다크니스, 라이트(From Darkness, Light)(2010)', '브레스리스(Breathless)(2012)' 등의 음반들이 발매되기도 했다. 또한 미국 예일대는 ‘쿨리타(Kulitta)’를, 스페인 말라가대는 ‘아야무스(Iamus)’를 작곡 인공지능으로 개발했는데, 아야무스의 곡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의해 연주됐다. 또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기사문이나 보고서를 작성하는 것은 이제 다반사가 됐다.

반 고흐 화풍을 학습한 딥드림(Deep Dream)의 창작물
넥스트 렘브란트(net Rembrant) 프로젝트에 의한 렘브란트의 그림 재현


이에 따라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의한 창작물이 저작물로 보호될 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어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작권법의 원칙에 따르면 순수하게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의해 창작된 것은 저작물로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 학계의 견해이다.


저작권법 제2조 제1호는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정의한다. 즉 어떤 것이 저작물로 성립하려면 인간이 저작한 것,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이 표현된 것, 아이디어가 아니라 표현인 것 및 창작물인 것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개, 고양이, 원숭이 등 동물이 창작한 것은 저작물이 아니다. 그리고 저작권법은 원칙적으로 저작물을 창작한 자에게 저작자로서 이것에 대한 저작권이 있다고 규정한다. 또한 특허와 달리 저작권은 특정 기관에 등록하지 않아도 저작물을 창작한 때부터 발생하며 어떠한 절차나 형식의 이행이 필요하지 않다. 이 원칙들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의한 창작물에도 적용된다. 즉, 이것이 저작물인지는 원칙적으로 저작권법에 내재한 원칙들에 의해 판단할 문제이다.


그리고 이에 따르면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의한 창작물은 인간의 개입 여부와 상관없이 인공지능의 저작물로 인정될 수 없다. 우선, 인간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방식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고 이에 따라 인간이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개입하는 형태도 달라지겠지만, 인간이 개입하여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계산기, 카메라 등과 같이 수단으로 이용해 창작한 것은 인간의 저작물에 해당한다. 또한, 순수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의한 창작물은 인간의 창작물이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저작물이 될 수 없다. 또한 상기한 바와 같이 

 

이와 관련하여 지난 2021년 7월 30일(호주 시간)의 호주 연방 법원(FEDERAL COURT OF AUSTRALIA)은 인공지능도 발명자가 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지만, 이것의 판결문에는 "인간 저작자에 대한 요건 또는 인격권(moral rights)의 존재를 수반하는 저작권법과 달리(unlike copyright law involving the requirement for a human author or the existence of moral rights, that would drive a construction of the Act as excluding non-human inventors)"라고 기술되어 있다. 그래서 호주 연방 법원은 저작권법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저작자가 될 수 없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 호주 연방 법원의 특허 관련 판결에 관한 글 참조 : https://cblaw.net/184

 

또한 저작권법 체계의 기초가 되는 베른협약(Berne Convention for the Protection of Literary and Artistic Works)의 제3조는 보호의 대상을 국민인 저작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저작권법은 인간을 저작자로 인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상에 특별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인공지능은 저작자가 될 수 없다.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의한 창작물이 저작물로 성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는 저작권법의 존재 이유와 관계가 있다. 저작권법은 문화 및 관련 산업의 발전을 그 목적으로 하고 있으으로, 어떤 창작물이 저작물인지에 관한 판단은 그것이 문화의 일부가 될 수 있느냐에 관한 것이다. 즉, 만약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의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취급한다면, 우리는 저작권법을 통해 이것을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다(이것에 대해 저작권법 체계 내에서의 별도 보호나 독자적인 법률로의 보호를 논하는 것은 별개의 사안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단순히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의한 결과물이 일정 부분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비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판단에는 문화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속에서 인공지능이 인간과 동일한 존재로서 사고하고 그 결과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장래에 인공지능이 현재의 컴퓨터와 같은 조력자로 머물지 인간과 동일한 존재로 인정받을지는 예상하기 어렵지만, 지금은 인간과 인공지능을 동일시하기엔 너무 이른 때이다. 그러니 순수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에 의한 창작물을 저작물로 인정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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