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자 : 강기봉 freekgb@gmail.com
영상저작물, 특히 영화와 관련하여 표절에 관한 논란이 자주 있어 왔습니다. 특히 영화와 관련한 표절 논란은 주로 다른 영화에 대한 저작권 침해와 관련한 것입니다.
타인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가 성립하려면 침해의 대상, 즉 영화가 저작물로 성립해야 하고, 그 대상과 의거 관계가 성립(의거성의 성립)해야 하며 그 대상과 문제가 된 저작물의 표현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어야 합니다.
- 이와 관련한 글 참조 : 2018.09.23 저작권 침해 판단
※ 포스터 이미지 인용 : 넷플릭스, "456억 원, 어른들의 동심이 파괴된다!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9월 17일 공개!", 2021.08.11. 자 https://tv.naver.com/v/21807527
그런데 아래의 오징어 게임의 제작발표회 인터뷰에서 황동혁 감독님은 오징어 게임을 2008년에 구상해서 2009년에 그 대본을 작성했으므로 이것이 그 이후에 발표된 (표절 논란이 있는) 다른 작품들과 우연적으로 유사한 것으로 누가 따라했다고 하기는 어렵고 굳이 따지자면 자신이 원조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즉, 다른 작품보다 먼저 대본을 작성했다고 하면서 저작권 침해를 부정한 것입니다.
이러한 주장과 관련하여, 대법원은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사실이 직접 인정되지 않더라도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 등의 간접사실이 인정되면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사실상 추정된다고 할 수 있지만,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보다 먼저 창작되었거나 후에 창작되었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저작물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창작되었다고 볼 만한 간접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추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결(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다35707 판결)한 바 있습니다.
이 판결에 따르면 시간적인 순서가 먼저라면 나중에 창작된 저작물과의 의거 관계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상이 되는 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 유사성 등이 인정되면 그 의거성이 사실상 인정될 수 있는데, 문제가 된 저작물이 먼저 창작되었다면 이런 판단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 되는 것입니다.
- 의거관계의 판단과 관련한 다른 글 : 2015.08.12 복제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한 의거관계
그런데 아마도 이렇게 작품의 아이디어나 내용에서 유사한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저작자들의 문화적 배경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가운데 그들의 작품의 기본적인 주제가 동일하거나 유사하다면, 그 내용을 구성하는 일부나 전부가 상당부분 동일하거나 유사한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즉, 인접 지역에서 자란 작가들이 시대적인 배경이 동일한 작품을 비슷한 시기에 작성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특정한 유형의 작품들이 성공하면서 관련 유형의 작품들이 뒤를 이어 작성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황동혁 감독님이 2009년에 오징어 게임의 대본을 작성했다고 하였는데, 그 이전에 창작된 정무문, 큐브, 배틀로얄 등은 특정한 미션을 성공해야 다음 미션으로 넘어가거나 살아 남을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고 이런 작품들은 이후의 작품들에 일정한 영향을 미쳤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저작권의 대상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작품들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이후의 영화들에도 사용될 수 있고, 여러 작품들이 동일하거나 유사한 내용들을 다룰 수 있습니다.
따라서 황동혁 감독님은 2009년에 오징어 게임의 대본을 작성했다고 언급함에 의해 오징어 게임이 표절 시비에 붙은 작품들에 비해 먼저 창작되었고 이것들과 독립적인 저작물이라고 이야기한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감독님의 말이 맞다면(그리고 만약 소송이 진행되는 경우에 그가 이를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 이후의 작품들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부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작권 침해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작품들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는지는 논할 필요도 없습니다.
□ 판례 원문 : 대법원 2007. 12. 13. 선고 2005다35707 판결
【판시사항】
[1] 저작권법상 복제권 침해의 요건인 의거관계의 인정 방법
[2]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창작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된 것인지의 여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양자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복제권이 침해되었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판결요지】
[1]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복제권이 침해되었다고 하기 위해서는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는 기존의 저작물과 대비대상이 되는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는 점 외에도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사실이 직접 인정되지 않더라도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 등의 간접사실이 인정되면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사실상 추정된다고 할 수 있지만,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보다 먼저 창작되었거나 후에 창작되었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저작물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창작되었다고 볼 만한 간접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추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2]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창작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된 것인지의 여부에 관하여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양자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복제권이 침해되었다고 본 원심판결을 파기한 사례.
【참조조문】
[1] 저작권법 제16조
[2] 저작권법 제2조 제1호, 제16조
【전문】
【신청인, 피상고인】
【피신청인, 상고인】
【원심판결】
서울고법 2005. 5. 25. 선고 2004라293 판결
【주 문】
원심판결 중 피신청인 1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에 환송한다. 피신청인 2의 상고를 기각한다. 피신청인 2의 상고비용은 피신청인 2가 부담한다.
【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피신청인 1의 상고이유에 대하여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복제권의 침해가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침해되었다고 주장되는 기존의 저작물과 대비대상이 되는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는 점 이외에도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그리고 의거관계의 인정에 관하여 보건대,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사실이 직접 인정되지 않더라도 기존의 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 대상 저작물과 기존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 유사성 등의 간접사실이 인정되면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은 사실상 추정된다고 할 수 있지만,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보다 먼저 창작되었다거나 후에 창작되었다고 하더라도 기존의 저작물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창작되었다고 볼 만한 간접사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대상 저작물이 기존의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이 추정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그런데 원심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신청인 1이 이 사건 서적을 작성할 당시 이 사건 저작물에 대한 접근가능성이 있었고 이 사건 서적 중 원심판시의 별지 일람표 순번 1 내지 11, 16 내지 21, 23 내지 39, 41, 43, 44항 기재 부분과 이 사건 저작물의 각 대응 부분과 사이에는 실질적 유사성이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이 사건 서적이 이 사건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음을 사실상 추정할 수 있는 여지가 있으나, 다른 한편,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피신청인 1이 제출한 증거에 의하면, 피신청인 1은 1995년경부터 사계절 색채 이론 및 메이크업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계속하여 이 사건 서적을 저술할 만한 충분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보이는 점, 신청인의 이 사건 저작물은 대중을 상대로 한 수필집이거나 사계절 색채이론 및 메이크업 이론에 대한 일반적이고 기초적 수준의 설명인데 비해 이 사건 서적은 색채 이론 및 메이크업 기술에 대한 전문적인 이론서로서 전반적으로 이 사건 저작물에 비해 훨씬 풍부하고 깊은 내용을 담고 있는 점, 이 사건 저작물 중 신청인에 의해 침해로 주장되고 있는 부분들은 기존의 관련 서적들에 의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던 내용들을 요약해 놓은 것으로서, 피신청인 1이 이 사건 서적을 작성함에 있어 굳이 이 사건 저작물을 참조하여야 할 필요성이 없어 보이는 데다가, 이 사건 서적의 뒷부분에는 피신청인 1이 이 사건 서적을 작성하면서 참조한 참고문헌 목록이 아주 세밀하고 광범위하게 망라되어 있는 점, 피신청인 1이 이 사건 서적을 작성함에 있어서 참고한 자료라고 하면서 제출한 각종 소명자료들은 이를 실제로 저술한 저작자가 아니면 제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그 양이 방대하고 그 내용 또한 구체적이며 자세한 점을 알 수 있는 등 이 사건 서적이 이 사건 저작물과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창작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는 다른 사정들이 나타나 있다. 그렇다면 원심으로서는 과연 이 사건 서적이 이 사건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는지를 살펴본 연후에, 신청인의 복제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그런데 원심은, 신청인의 복제권이 침해되었는지 여부를 판단하면서, 피신청인 1의 이 사건 서적 중 원심 판시의 별지 일람표 순번 1 내지 11, 16 내지 21, 23 내지 39, 41, 43, 44항 기재 부분이 신청인의 이 사건 저작물에 의거하여 작성되었다는 점에 대하여는 심리·판단하지 아니한 채, 양자가 실질적으로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신청인의 복제권이 침해되었다고 판단하였는바, 이와 같은 원심판결에는 복제권 침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고 필요한 심리를 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
2. 피신청인 2의 상고에 대하여
피신청인 2는 법정기간 내에 상고이유서를 제출하지 아니하였을 뿐 아니라 상고장에도 상고이유의 기재가 없다.
3. 결 론
그러므로 피신청인 1의 나머지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을 생략한 채 원심판결 중 피신청인 1의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며, 피신청인 2의 상고는 이를 기각하고, 피신청인 2의 상고비용은 패소자인 피신청인 2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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