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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자 : 강기봉 freekgb@gmail.com

 

2020년 3월 26일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2019마6525)은 "방탄소년단(BTS)의 구성원들의 사진을 대량으로 수록한 부록과 사진이 포함된 포토카드 등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행위"에 대해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카)목(2018. 4. 17. 법률 제15580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이 사건 당시의 (차)목이 (카)목으로 변경)의 적용 여부에 관하여 다룹니다. 아래 내용은 판결문의 내용을 재구성하였습니다. 

 

 

□ 사실관계

 

채권자는 2005년에 설립된 이래 연예인 매니지먼트, 음반 제작, 공연 기획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회사이고, 채무자는 연예인들의 사진, 기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잡지명 생략)’ 등의 잡지를 제작·판매하는 회사이다.

 

채무자가 ‘○○○ Limited Magazine’이라는 명칭의 화보집과 ‘○○○ History 심층취재판’이라는 부록을 제작하여 발매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한 채권자는 2018. 11. 24. 채무자를 상대로 도서출판금지 등 가처분신청을 하여 2018. 11. 30. 이 사건 가처분결정을 받았다.

 

채무자의 이의로 가처분이의 사건 계속 중 채무자는 2019. 1. 17.경부터 ‘(잡지명 생략) 특별판[(잡지명 생략) 스페셜 매거진]’을 발매하면서 △△△△△(○○○) 구성원들의 사진이 포함된 포토카드를 포함시켰다(이하 위 부록과 포토카드를 포함하여 ‘이 사건 특별 부록’).

 

이에 위 발매된 ‘○○○ Limited Magazine’이라는 명칭의 화보집과 ‘○○○ History 심층취재판’이라는 부록의 제작·배포 등의 금지 및 ○○○ 구성원들의 초상을 이용한 화보집, DVD, 스틸사진, 브로마이드 등의 제작·판매 등의 금지를 명하는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 인가되었다가, 항고심에서 위 결정이 변경되어 채무자가 2019. 1. 출간한 ‘(잡지명 생략) 스페셜 매거진’에 부록으로 제공된 이 사건 특별 부록을 △△△△△(○○○) 구성원 관련 부분을 삭제하지 않은 상태로 행하여지는 제작·판매 등의 금지를 명하고, 그에 대한 간접강제를 명한 부분은 인가되고, 장래 △△△△△(○○○) 구성원들의 초상, 예명, 본명, 영문명을 포함한 문구, △△△△△(○○○)의 각 명칭 및 표지를 사용한 상품 일체에 대하여 인쇄 등을 금지하는 가처분신청 부분은 기각되었다.

 

이에 채무자와 채권자는 재항고하였다.

 

 

□ 규정의 의의 및 적용 기준

 

대법원은 “경쟁자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한 성과물을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여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이용함으로써 경쟁자의 노력과 투자에 편승하여 부당하게 이익을 얻고 경쟁자의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0. 8. 25.자 2008마1541 결정).

 

그 후 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차)목은 위 대법원결정의 취지를 반영하여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하나로 추가하였고, 2018. 4. 17. 법률 제15580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에서 위 (차)목은 (카)목으로 변경되었다[이하 ‘(카)목’이라고 한다].

 

위 (카)목은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새로이 등장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성과를 보호하고, 입법자가 부정경쟁행위의 모든 행위를 규정하지 못한 점을 보완하여 법원이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를 좀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변화하는 거래관념을 적시에 반영하여 부정경쟁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보충적 일반조항이다.

 

위와 같은 법률 규정과 입법 경위 등을 종합해보면,

 

(카)목은 그 보호대상인 ‘성과 등’의 유형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유형물뿐만 아니라 무형물도 이에 포함되고, 종래 지식재산권법에 의해 보호받기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도 포함될 수 있다.

 

‘성과 등’을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결과물이 갖게 된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결과물에 화체된 고객흡인력, 해당 사업 분야에서 결과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성과 등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여부는 권리자가 투입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그 성과 등이 속한 산업분야의 관행이나 실태에 비추어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하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침해된 경제적 이익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카)목이 규정하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권리자와 침해자가 경쟁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경쟁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지, 권리자가 주장하는 성과 등이 포함된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의 내용과 그 내용이 공정한지 여부, 위와 같은 성과 등이 침해자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의해 시장에서 대체될 가능성, 수요자나 거래자들에게 성과 등이 어느 정도 알려졌는지, 수요자나 거래자들의 혼동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 판결 내용

 

▷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으로 평가 여부

 

채권자는 △△△△△(○○○)이라는 이름의 그룹을 결성하기로 하고, 구성원을 선발하여 전속계약을 체결한 후, 훈련을 통해 구성원들의 능력을 향상시켰다.

 

채권자는 이 사건 전속계약에 따라 △△△△△(○○○)의 음악, 공연, 방송, 출연 등을 기획하고, 음원, 영상 등의 콘텐츠를 제작·유통시키는 등 △△△△△(○○○)의 활동에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하였다.

 

그로 인해 △△△△△(○○○)과 관련하여 쌓인 명성·신용·고객흡인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으로 평가할 수 있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타인이 무단으로 위의 표지를 사용하면 채권자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게 된다.

 

▷ 연예인이나 소속사의 허락 및 대가 지급

 

연예인의 이름과 사진 등을 상품이나 광고 등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예인이나 그 소속사의 허락을 받거나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인 점을 감안해 보면, 통상적인 정보제공의 범위를 넘어 특정 연예인에 대한 특집 기사나 사진을 대량으로 수록한 별도의 책자나 DVD 등을 제작하면서 연예인이나 소속사의 허락을 받지 않거나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상거래 관행이나 공정한 거래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 경쟁관계 및 부정경쟁행위 여부

 

채무자가 발매한 이 사건 특별 부록은 채권자가 발행하는 △△△△△(○○○)의 화보집과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편이고 수요자도 일부 중복되며, 위 화보집의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이 충분하므로, 채권자와의 관계에서 경쟁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채무자가 이 사건 특별 부록을 제작·판매하는 행위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채권자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 향후 제작·판매할 일체의 상품에 대한 적용 여부

 

이 사건 특별 부록 외에 채무자가 향후 제작·판매할 일체의 상품이 위와 같은 통상적인 정보제공 범위를 넘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이 사건 특별 부록에 대한 가처분을 인가한 이상 그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원심 판시 별지 1 목록 기재 화보집 부분은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 동일한 주제를 다룬 글 : https://cblaw.net/253 (이 사건과 함께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의 판단기준을 처음으로 제시)

 

성과물 도용 부정경쟁행위 방지 규정(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 적용 사례

저작자 : 강기봉 freekgb@gmail.com 2020년 3월 26일에 선고된 대법원 판결(2016다276467)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카)목(2018. 4. 17. 법률 제15580호로 개정된 부정경쟁

cblaw.net

 

판례 원문 : 대법원 2020. 3. 26. 선고 2019마6525 판결

 

【판시사항】

 

[1]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카)목에서 정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

[2] 연예인들의 사진, 기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잡지를 제작·판매하는 甲 주식회사가 연예인 매니지먼트, 음반 제작, 공연 기획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乙 주식회사의 허락 없이 乙 회사 소속 유명 아이돌 그룹의 구성원들에 관한 화보집 등을 제작하여 위 잡지 특별판의 특별 부록으로 판매하려 하자, 乙 회사가 甲 회사의 행위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카)목에서 정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며 위 특별 부록의 제작·배포 등의 금지 등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甲 회사가 위 특별 부록을 제작·판매하는 행위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乙 회사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로서 위 (카)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판결요지】

 

[1] 대법원은 “경쟁자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한 성과물을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여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이용함으로써 경쟁자의 노력과 투자에 편승하여 부당하게 이익을 얻고 경쟁자의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하였다. 그 후 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차)목은 위 대법원결정의 취지를 반영하여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하나로 추가하였고, 2018. 4. 17. 법률 제15580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에서 위 (차)목은 (카)목으로 변경되었다

[이하 ‘(카)목’이라고 한다].위 (카)목은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새로이 등장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성과를 보호하고, 입법자가 부정경쟁행위의 모든 행위를 규정하지 못한 점을 보완하여 법원이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를 좀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변화하는 거래관념을 적시에 반영하여 부정경쟁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보충적 일반조항이다. 위와 같은 법률 규정과 입법 경위 등을 종합해보면, (카)목은 그 보호대상인 ‘성과 등’의 유형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유형물뿐만 아니라 무형물도 이에 포함되고, 종래 지식재산권법에 의해 보호받기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도 포함될 수 있다. ‘성과 등’을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결과물이 갖게 된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결과물에 화체된 고객흡인력, 해당 사업 분야에서 결과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성과 등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여부는 권리자가 투입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그 성과 등이 속한 산업분야의 관행이나 실태에 비추어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하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침해된 경제적 이익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카)목이 규정하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권리자와 침해자가 경쟁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경쟁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지, 권리자가 주장하는 성과 등이 포함된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의 내용과 그 내용이 공정한지 여부, 위와 같은 성과 등이 침해자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의해 시장에서 대체될 가능성, 수요자나 거래자들에게 성과 등이 어느 정도 알려졌는지, 수요자나 거래자들의 혼동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2] 연예인들의 사진, 기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잡지를 제작·판매하는 甲 주식회사가 연예인 매니지먼트, 음반 제작, 공연 기획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乙 주식회사의 허락 없이 乙 회사 소속 유명 아이돌 그룹의 구성원들에 관한 화보집 등을 제작하여 위 잡지 특별판의 특별 부록으로 판매하려 하자, 乙 회사가 甲 회사의 행위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카)목에서 정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며 위 특별 부록의 제작·배포 등의 금지 등을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한 사안에서, 乙 회사는 위 아이돌 그룹의 구성원들을 선발하여 전속계약을 체결한 후 훈련을 통해 구성원들의 능력을 향상시켰고, 전속계약에 따라 그들의 음악, 공연, 방송, 출연 등을 기획하고, 음원, 영상 등의 콘텐츠를 제작·유통시키는 등 위 아이돌 그룹의 활동에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하였으며, 그로 인해 위 아이돌 그룹과 관련하여 쌓인 명성·신용·고객흡인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는데, 이는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으로 평가할 수 있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타인이 무단으로 위의 표지를 사용하면 채권자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게 된다고 판단한 다음, 연예인의 이름과 사진 등을 상품이나 광고 등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예인이나 소속사의 허락을 받거나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인 점을 감안하면 통상적인 정보제공의 범위를 넘어 특정 연예인에 대한 특집 기사나 사진을 대량으로 수록한 별도의 책자나 DVD 등을 제작하면서 연예인이나 소속사의 허락을 받지 않거나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것은 상거래 관행이나 공정한 거래질서에 반하고, 甲 회사가 발매한 특별 부록은 乙 회사가 발행하는 위 아이돌 그룹의 화보집과 관계에서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이 충분하여 경쟁관계도 인정되므로, 甲 회사가 위 특별 부록을 제작·판매하는 행위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乙 회사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로서 위 (카)목의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한 사례.

 

【참조조문】

[1]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카)목

[2]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카)목

 

【참조판례】

[1] 대법원 2010. 8. 25.자 2008마1541 결정(공2010하, 1855)

 

【전문】

 

【채권자, 상대방 겸 재항고인】

주식회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소송대리인 법무법인(유한) 광장 담당변호사 김운호 외 5인)

【채무자, 재항고인 겸 상대방】

주식회사 엠지엠미디어 (소송대리인 변호사 이성규 외 3인)

【원심결정】

서울고법 2019. 9. 18.자 2019라20535 결정

【주 문】

재항고를 모두 기각한다. 재항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한다.

 

【이 유】

 

재항고이유를 판단한다.

 

1. 이 사건에 적용될 법리

 

대법원은 “경쟁자가 상당한 노력과 투자에 의하여 구축한 성과물을 상도덕이나 공정한 경쟁질서에 반하여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이용함으로써 경쟁자의 노력과 투자에 편승하여 부당하게 이익을 얻고 경쟁자의 법률상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는 부정한 경쟁행위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0. 8. 25.자 2008마1541 결정).

그 후 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호 (차)목은 위 대법원결정의 취지를 반영하여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의 하나로 추가하였고, 2018. 4. 17. 법률 제15580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경쟁방지법’이라 한다)에서 위 (차)목은 (카)목으로 변경되었다[이하 ‘(카)목’이라고 한다].

위 (카)목은 구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의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새로이 등장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성과를 보호하고, 입법자가 부정경쟁행위의 모든 행위를 규정하지 못한 점을 보완하여 법원이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를 좀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변화하는 거래관념을 적시에 반영하여 부정경쟁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보충적 일반조항이다.

위와 같은 법률 규정과 입법 경위 등을 종합해보면, (카)목은 그 보호대상인 ‘성과 등’의 유형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유형물뿐만 아니라 무형물도 이에 포함되고, 종래 지식재산권법에 의해 보호받기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도 포함될 수 있다. ‘성과 등’을 판단할 때에는 위와 같은 결과물이 갖게 된 명성이나 경제적 가치, 결과물에 화체된 고객흡인력, 해당 사업 분야에서 결과물이 차지하는 비중과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성과 등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여부는 권리자가 투입한 투자나 노력의 내용과 정도를 그 성과 등이 속한 산업분야의 관행이나 실태에 비추어 구체적, 개별적으로 판단하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침해된 경제적 이익이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public domain)에 속하지 않는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카)목이 규정하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권리자와 침해자가 경쟁관계에 있거나 가까운 장래에 경쟁관계에 놓일 가능성이 있는지, 권리자가 주장하는 성과 등이 포함된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의 내용과 그 내용이 공정한지 여부, 위와 같은 성과 등이 침해자의 상품이나 서비스에 의해 시장에서 대체될 가능성, 수요자나 거래자들에게 성과 등이 어느 정도 알려졌는지, 수요자나 거래자들의 혼동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2. 이 사건의 검토

 

가. 이 사건의 경위와 원심의 판단

 

원심결정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1) 채권자는 2005년에 설립된 이래 연예인 매니지먼트, 음반 제작, 공연 기획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하는 회사이고, 채무자는 연예인들의 사진, 기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잡지명 생략)’ 등의 잡지를 제작·판매하는 회사이다.

2) 채무자가 ‘○○○ Limited Magazine’이라는 명칭의 화보집과 ‘○○○ History 심층취재판’이라는 부록을 제작하여 발매할 예정이라는 소식을 접한 채권자는 2018. 11. 24. 채무자를 상대로 도서출판금지 등 가처분신청을 하여 2018. 11. 30. 이 사건 가처분결정을 받았다. 채무자의 이의로 가처분이의 사건 계속 중 채무자는 2019. 1. 17.경부터 ‘(잡지명 생략) 특별판[(잡지명 생략) 스페셜 매거진]’을 발매하면서 △△△△△(○○○) 구성원들의 사진이 포함된 포토카드를 포함시켰다(이하 위 부록과 포토카드를 포함하여 ‘이 사건 특별 부록’이라 한다).

3) 이에 위 발매된 ‘○○○ Limited Magazine’이라는 명칭의 화보집과 ‘○○○ History 심층취재판’이라는 부록의 제작·배포 등의 금지 및 ○○○ 구성원들의 초상을 이용한 화보집, DVD, 스틸사진, 브로마이드 등의 제작·판매 등의 금지를 명하는 이 사건 가처분결정이 인가되었다가, 항고심에서 위 결정이 변경되어 채무자가 2019. 1. 출간한 ‘(잡지명 생략) 스페셜 매거진’에 부록으로 제공된 이 사건 특별 부록을 △△△△△(○○○) 구성원 관련 부분을 삭제하지 않은 상태로 행하여지는 제작·판매 등의 금지를 명하고, 그에 대한 간접강제를 명한 부분은 인가되고, 장래 △△△△△(○○○) 구성원들의 초상, 예명, 본명, 영문명을 포함한 문구, △△△△△(○○○)의 각 명칭 및 표지를 사용한 상품 일체에 대하여 인쇄 등을 금지하는 가처분신청 부분은 기각되었다.

 

나. 채무자의 재항고이유에 대한 판단

 

1) 원심결정 이유와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정을 알 수 있다.

가) 채권자는 2011년 오디션을 통해 7명을 선발하여 △△△△△(○○○)을 구성하였고, 2012. 6. 12.경 위 구성원들과 구성원들의 성명, 사진, 초상, 필적, 음성, 기타 구성원들의 동일성을 나타내는 일체의 것에 대한 독점적 이용권을 부여받기로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이 사건 전속계약을 체결한 후 구성원 전체의 공연과 광고 촬영 및 방송 출연을 비롯한 대중문화예술인으로서의 활동 전반을 기획해왔다. 또한 채권자는 △△△△△(○○○)에 관한 콘텐츠의 기획, 제작, 유통 및 판매를 담당해오면서 △△△△△(○○○) 구성원의 사진이 포함된 화보집을 제작·판매하고 있다.

나) △△△△△(○○○)은 2018. 5.경까지 합계 약 730만 장의 앨범을 판매하였고, 그 수록곡이 국내외의 주요 음반 순위에서 1위를 기록하기도 하였으며, 그 뮤직비디오는 유튜브(youtube.com)에서 1억 회 이상 재생되는 등 국내외에서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왔다.

다) 채권자는 △△△△△(○○○)의 앨범, 공식 화보집, DVD를 상업적으로 제작·판매하고 있고, △△△△△(○○○)의 인기를 바탕으로 다수의 기업들과 △△△△△(○○○)이 출연하는 광고계약을 체결하였다.

라) 채무자가 2019. 1. 발행한 (잡지명 생략) 잡지의 판매가는 15,000원으로 평상시 판매가격과 비슷한데, 이 사건 특별 부록이 포함된 ‘(잡지명 생략) 특별판’의 판매가는 43,000원이다.

2) 이러한 사정을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본다.

가) 채권자는 △△△△△(○○○)이라는 이름의 그룹을 결성하기로 하고, 구성원을 선발하여 전속계약을 체결한 후, 훈련을 통해 구성원들의 능력을 향상시켰다. 채권자는 이 사건 전속계약에 따라 △△△△△(○○○)의 음악, 공연, 방송, 출연 등을 기획하고, 음원, 영상 등의 콘텐츠를 제작·유통시키는 등 △△△△△(○○○)의 활동에 상당한 투자와 노력을 하였다. 그로 인해 △△△△△(○○○)과 관련하여 쌓인 명성·신용·고객흡인력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는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으로 평가할 수 있고,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영역에 속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타인이 무단으로 위의 표지를 사용하면 채권자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게 된다.

나) 연예인의 이름과 사진 등을 상품이나 광고 등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예인이나 그 소속사의 허락을 받거나 일정한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산업분야의 상거래 관행인 점을 감안해 보면, 통상적인 정보제공의 범위를 넘어 특정 연예인에 대한 특집 기사나 사진을 대량으로 수록한 별도의 책자나 DVD 등을 제작하면서 연예인이나 소속사의 허락을 받지 않거나 대가를 지급하지 않는다면, 상거래 관행이나 공정한 거래질서에 반한다고 볼 수 있다. 채무자가 발매한 이 사건 특별 부록은 채권자가 발행하는 △△△△△(○○○)의 화보집과 관계에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편이고 수요자도 일부 중복되며, 위 화보집의 수요를 대체할 가능성이 충분하므로, 채권자와의 관계에서 경쟁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 따라서 채무자가 이 사건 특별 부록을 제작·판매하는 행위는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채권자의 성과 등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에 해당한다.

다) 이 사건 가처분결정을 일부 인가한 원심의 조치는 결론에 있어서 정당하고, 원심판단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카)목의 규정을 위반하여 그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다. 채권자의 재항고이유에 관한 판단

 

원심은, 이 사건 특별 부록 외에 채무자가 향후 제작·판매할 일체의 상품이 위와 같은 통상적인 정보제공 범위를 넘을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고, 이 사건 특별 부록에 대한 가처분을 인가한 이상 그와 실질적으로 동일한 원심 판시 별지 1 목록 기재 화보집 부분은 보전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원심결정의 이유를 관련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재항고이유 주장과 같이 부정경쟁방지법의 관계 규정을 위반하여 언론·출판의 자유와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하는 등으로 재판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

 

3. 결론

 

그러므로 재항고를 모두 기각하고, 재항고비용은 각자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대법관 노태악(재판장) 김재형 민유숙(주심) 이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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