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작자 : 강기봉 freekgb@gmail.com
주지·저명한 스페인 출생의 프랑스 화가인 파블로 루이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년 출생∼1973년 사망, 이하 '피카소'라 한다)의 저명한 서명과 동일한 상표를 무단 등록하였지만, 이에 대해 피카소의 유족이 상표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한 적이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아래와 같이 판결(대법원 2000. 4. 21. 선고 97후860,877,884 판결)하였습니다.
▶ 화가가 그의 미술저작물에 표시한 서명은 그 저작물이 자신의 작품임을 표시하는 수단에 불과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자체가 예술적 감정이나 사상의 표현을 위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어 저작권법상의 독립된 저작물이라고 보기 어렵다.
▶ 이러한 서명은 저작자인 화가가 저작권법 제12조 제1항에 의한 성명표시권에 의하여 자기 저작물의 내용에 대한 책임의 귀속을 명백히 함과 동시에 저작물에 대하여 주어지는 사회적 평가를 저작자 자신에게 귀속시키려는 의도로 표시하는 것이다.
▶ 그 서명이 세계적으로 주지·저명한 화가의 것으로서 그의 미술저작물에 주로 사용해 왔던 관계로 널리 알려진 경우라면, 그 서명과 동일·유사한 상표를 무단으로 출원등록하여 사용하는 행위는 저명한 화가로서의 명성을 떨어뜨려 그 화가의 저작물들에 대한 평가는 물론 그 화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으로서, 그 유족의 고인에 대한 추모경애의 마음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사회 일반의 도덕관념인 선량한 풍속에 반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상표는 저명한 고인의 명성에 편승하여 수요자의 구매를 불공정하게 흡인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공정하고 신용있는 상품의 유통질서를 침해할 염려가 있다.
▶ 이러한 상표는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4호(현행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4호)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 이러한 경우에 그 저명한 화가가 생존해 있었더라면 자신의 저작물임을 나타내기 위하여 표시해 오던 서명을 타인이 자신과 전혀 무관한 상품의 상표로 무단 등록하여 공표하고 사용하는 것은 저명한 미술저작자로서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 저작권법 제96조, 제14조 제2항에 의하면 사망한 저작자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그 저작자의 유족이 그 침해행위의 금지를 청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음에 비추어, 그 저명한 화가의 유족으로서는 고인의 인격권과 유족 자신의 고인에 대한 추모경애의 마음을 침해하는 상표의 사용금지를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 그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할 이해관계가 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구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4호에 대해 아래와 같은 법리를 제시하였습니다.
▶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4호에서 규정한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할 염려가 있는 상표'라 함은 상표의 구성 자체 또는 그 상표가 지정상품에 사용되는 경우 일반 수요자에게 주는 의미나 내용이 사회공공의 질서에 위반하거나 사회 일반인의 통상적인 도덕관념인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상표를 등록하여 사용하는 행위가 공정한 상품유통질서나 국제적 신의와 상도덕 등 선량한 풍속에 위배되는 경우도 포함된다.
이 규정은 현행 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4호에 "상표 그 자체 또는 상표가 상품에 사용되는 경우 수요자에게 주는 의미와 내용 등이 일반인의 통상적인 도덕관념인 선량한 풍속에 어긋나는 등 공공의 질서를 해칠 우려가 있는 상표”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위 법리는 이 규정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한편, 상표법은 제34조 제1항 제6호에 “저명한 타인의 성명ㆍ명칭 또는 상호ㆍ초상ㆍ서명ㆍ인장ㆍ아호(雅號)ㆍ예명(藝名)ㆍ필명(筆名) 또는 이들의 약칭을 포함하는 상표. 다만, 그 타인의 승낙을 받은 경우에는 상표등록을 받을 수 있다.”라고 규정하여 저명한 타인의 서명을 상표로 등록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판결 원문 : 대법원 2000. 4. 21. 선고 97후860,877,884 판결
【판시사항】
[1]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4호의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할 염려가 있는 상표'의 의미
[2] 미술저작물에 표시한 서명이 주지·저명한 화가의 것으로서 널리 알려진 경우, 그 서명과 동일·유사한 상표를 무단으로 출원등록하여 사용하는 것이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4호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및 그 저명한 화가의 유족이 상표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하는지 여부(적극)
[3] 피카소의 저명한 서명과 동일한 상표를 무단 등록한 사안에서 피카소의 유족이 제기한 상표등록무효심판청구를 인용한 원심을 수긍한 사례
【판결요지】
[1]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4호에서 규정한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할 염려가 있는 상표'라 함은 상표의 구성 자체 또는 그 상표가 지정상품에 사용되는 경우 일반 수요자에게 주는 의미나 내용이 사회공공의 질서에 위반하거나 사회 일반인의 통상적인 도덕관념인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그 상표를 등록하여 사용하는 행위가 공정한 상품유통질서나 국제적 신의와 상도덕 등 선량한 풍속에 위배되는 경우도 포함된다.
[2] 화가가 그의 미술저작물에 표시한 서명은 그 저작물이 자신의 작품임을 표시하는 수단에 불과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자체가 예술적 감정이나 사상의 표현을 위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어 저작권법상의 독립된 저작물이라고 보기 어려우나, 이러한 서명은 저작자인 화가가 저작권법 제12조 제1항에 의한 성명표시권에 의하여 자기 저작물의 내용에 대한 책임의 귀속을 명백히 함과 동시에 저작물에 대하여 주어지는 사회적 평가를 저작자 자신에게 귀속시키려는 의도로 표시하는 것이므로, 그 서명이 세계적으로 주지·저명한 화가의 것으로서 그의 미술저작물에 주로 사용해 왔던 관계로 널리 알려진 경우라면, 그 서명과 동일·유사한 상표를 무단으로 출원등록하여 사용하는 행위는 저명한 화가로서의 명성을 떨어뜨려 그 화가의 저작물들에 대한 평가는 물론 그 화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으로서, 그 유족의 고인에 대한 추모경애의 마음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사회 일반의 도덕관념인 선량한 풍속에 반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상표는 저명한 고인의 명성에 편승하여 수요자의 구매를 불공정하게 흡인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공정하고 신용있는 상품의 유통질서를 침해할 염려가 있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상표는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4호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이러한 경우에 그 저명한 화가가 생존해 있었더라면 자신의 저작물임을 나타내기 위하여 표시해 오던 서명을 타인이 자신과 전혀 무관한 상품의 상표로 무단 등록하여 공표하고 사용하는 것은 저명한 미술저작자로서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저작권법 제96조, 제14조 제2항에 의하면 사망한 저작자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그 저작자의 유족이 그 침해행위의 금지를 청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음에 비추어, 그 저명한 화가의 유족으로서는 고인의 인격권과 유족 자신의 고인에 대한 추모경애의 마음을 침해하는 상표의 사용금지를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 그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할 이해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3] 피카소의 저명한 서명과 동일한 상표를 무단 등록한 사안에서 피카소의 유족이 제기한 상표등록무효심판청구를 인용한 원심을 수긍한 사례.
【참조조문】
[1]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4호
[2]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4호, 제71조 제1항 제1호, 저작권법 제12조 제1항, 제14조 제2항, 제96조
[3]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4호, 제71조 제1항 제1호, 저작권법 제12조 제1항, 제14조 제2항, 제96조
【참조판례】
[1] 대법원 1997. 10. 14. 선고 96후2296 판결(공1997하, 3467), 대법원 1998. 2. 24. 선고 97후1306 판결(공1998상, 908), 대법원 1999. 12. 24. 선고 97후3623 판결(공2000상, 309) /[2] 대법원 1987. 4. 28. 선고 84후21 판결(공1987, 891), 대법원 1996. 3. 12. 선고 95후1401 판결(공1996상, 1265), 대법원 1996. 4. 26. 선고 95후1555 판결(공1996상, 1731), 대법원 1998. 10. 13. 선고 97후1931 판결(공1998하, 2692)
【전문】
【심판청구인,피상고인】
【피심판청구인,상고인】
다윈 인터내쇼날 리미티드 (소송대리인 변리사 이영필 외 1인)
【원심심결】
특허청 1997. 2. 27.자 95항당57, 58, 60 심결
【주문】
상고를 기각한다. 상고비용은 피심판청구인의 부담으로 한다.
【이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4호에서 규정한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할 염려가 있는 상표'라 함은 상표의 구성 자체 또는 그 상표가 지정상품에 사용되는 경우 일반 수요자에게 주는 의미나 내용이 사회공공의 질서에 위반하거나 사회 일반인의 통상적인 도덕관념인 선량한 풍속에 반하는 경우뿐만 아니라(대법원 1997. 10. 14. 선고 96후2296 판결, 1998. 2. 24. 선고 97후1306 판결 등 참조), 그 상표를 등록하여 사용하는 행위가 공정한 상품유통질서나 국제적 신의와 상도덕 등 선량한 풍속에 위배되는 경우도 이에 포함된다 할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화가가 그의 미술저작물에 표시한 서명은 그 저작물이 자신의 작품임을 표시하는 수단에 불과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자체가 예술적 감정이나 사상의 표현을 위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어 저작권법상의 독립된 저작물이라고 보기 어려움은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다 할 것이나, 이러한 서명은 저작자인 화가가 저작권법 제12조 제1항에 의한 성명표시권에 의하여 자기 저작물의 내용에 대한 책임의 귀속을 명백히 함과 동시에 저작물에 대하여 주어지는 사회적 평가를 저작자 자신에게 귀속시키려는 의도로 표시하는 것이므로, 그 서명이 세계적으로 주지·저명한 화가의 것으로서 그의 미술저작물에 주로 사용해 왔던 관계로 널리 알려진 경우라면, 그 서명과 동일·유사한 상표를 무단으로 출원등록하여 사용하는 행위는 저명한 화가로서의 명성을 떨어뜨려 그 화가의 저작물들에 대한 평가는 물론 그 화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으로서, 그 유족의 고인에 대한 추모경애의 마음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하여 사회 일반의 도덕관념인 선량한 풍속에 반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상표는 저명한 고인의 명성에 편승하여 수요자의 구매를 불공정하게 흡인하고자 하는 것으로서 공정하고 신용있는 상품의 유통질서를 침해할 염려가 있다 할 것이므로 이러한 상표는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4호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
그리고 이러한 경우에 그 저명한 화가가 생존해 있었더라면 자신의 저작물임을 나타내기 위하여 표시해 오던 서명을 타인이 자신과 전혀 무관한 상품의 상표로 무단 등록하여 공표하고 사용하는 것은 저명한 미술저작자로서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할 것이고, 저작권법 제96조, 제14조 제2항에 의하면 사망한 저작자의 저작인격권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하여 그 저작자의 유족이 그 침해행위의 금지를 청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음에 비추어, 그 저명한 화가의 유족으로서는 고인의 인격권과 유족 자신의 고인에 대한 추모경애의 마음을 침해하는 상표의 사용금지를 청구할 수 있음은 물론 그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할 이해관계가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원심심결 이유를 기록과 위와 같은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이 채택한 증거에 의하여 피심판청구인이 입체파 화가로서 세계적으로 주지·저명한 스페인 출생의 프랑스 화가인 파블로 루이 피카소(Pablo Ruiz Picasso, 1881년 출생∼1973년 사망, 이하 '피카소'라 한다)가 그의 작품들에 표시해 온 널리 알려진 서명과 동일한 상표를 피카소 본인이나 그 유족 또는 그의 저작물에 대한 저작재산권 소유자의 승낙없이 등록출원한 사실을 인정하고, 피카소의 유족(피카소의 딸, 손자)인 심판청구인들은 이 사건 각 등록상표에 대하여 그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할 수 있는 이해관계인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나아가 이 사건 각 등록상표는 그 설시한 바와 같은 이유로 상표법 제7조 제1항 제4호가 규정한 공공의 질서 또는 선량한 풍속을 문란하게 할 염려가 있는 상표에 해당한다 하여 그 등록이 무효라고 판단한 것은 결과적으로 정당하고, 거기에 상고이유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심결에 영향을 미친 상표등록무효심판청구에 있어서의 이해관계나 상표등록 무효사유에 관한 법리오해나 판단유탈, 심리미진,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상고이유에서 지적한 대법원 판례들은 사안을 달리하여 이 사건에 원용하기에 적절하지 아니하다. 상고이유는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므로 상고를 기각하고, 상고비용은 상고인인 피심판청구인의 부담으로 하기로 관여 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대법관 이용우(재판장) 김형선 이용훈(주심) 조무제